고팍스 이준행 대표
고팍스 이준행 대표

글_거래소 고팍스 이준행 대표

이번 미국 대선은 정말 역대급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제공한 듯하다. 먼 훗날 이번 대선을 기억하는 세대들은 트럼프 같은 어마 무시한 쇼맨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회자할 것 같다.

이번 칼럼에는 바이든 당선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이든의 경제공약이 지켜진다 가정 시, 트럼프 집권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에 비트코인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한 매우 간단한 분석이다.

물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한 몸이 되어 돈을 시중에 살포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새로운 투자처로서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바이든 당선이 트럼프의 당선보다 훨씬 강력한 비트코인 상승 기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통화정책: Biden = Trump.

통화정책은 사실 대통령의 권한이 아닌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다. 트럼프가 재선되어 지난 몇 년 간과같이 아무리 (유례 없이) 중앙은행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할지라도 그다지 그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그리고 제 생각에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통화팽창 기조가 선회되기는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역대급 돈 풀기 속 “인플레이션 헷지,” “디지털 금,” 혹은 “대안 금융 시스템”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 증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무차별하게 유효하다는 결론이다.

무역정책: Biden≈Trump.

트럼프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본격화하며 지난 2~30년간 가속화되었던 국제화에 제동을 걸었다. 비트코인에 대한 매수 내러티브 중의 하나가 ‘글로벌 화폐’ 였다. 패권 전쟁과 반 국제화에 따른 무역/국제금융 마찰을 극복할 수 있는 결제망 및 대안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의 수요가 늘어난다 것이 주된 스토리라인이다. 바이든이 비록 국제 공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글로벌 리스트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나 “Made in America”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무역정책 기조가 빠르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바이든 또한 미국산 전기차에만 세금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을 공약했으며, 바이든 선거캠프는 트럼프의 무역전쟁 방법과 전술에 대한 의견차가 있지 기본적인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는 점을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등을 통해 명확히 한 바 있다. 따라서 미중 패권 경쟁이 빠르게 종식되거나 유권자들의 반 국제화 정서가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 이상,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어도 ‘글로벌 화폐’의 내러티브는 계속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정정책-지출: Biden≈Trump 또는 Biden > Trump.

트럼프는 2조 달러 이상을 주로 SOC 확충에 지출한다고 했고, 바이든은 향후 10년간 약 1.3조 달러 정도를 친환경 인프라 및 교육 등에, 0.7조 달러를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 지출한다.

바이든의 경우 의료보험 확대나 학자금 대출 지원,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타깃을 맞추기 위한 지출까지 따져보면 위 계획에서 언급된 것보다 더욱 대규모의 재정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역은 다르지만 양쪽 다 강력한 확장 기조는 동일하며 양쪽 모두 돈을 찍어서 재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재정적자에 구애 받지 않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하나 되어 무제한적으로 돈을 푸는 전시경제 혹은 MMT(현대통화이론) 기조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수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 경제적 여건에서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내러티브는 확산되었다.

지난 3월만 해도 가치저장 수단 혹은 인플레이션 헷지로서 반신반의하던 비트코인에 이제는 미국 메이저 헷지펀드들과 스퀘어 등 미국 유수의 기업들도 Buy-in 되었다. MMT 기조의 지속 여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와 무관하지만, 바이든의 당선은 이 기조를 정책적으로 또 이념적으로 공식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헷지펀드와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가운데, 전시경제의 공식화는 ‘모험적 안전자산 (Risk-on safe haven asset)’으로서의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다 돋보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조세: Biden >> Trump.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바이든의 조세 정책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바이든 증세가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여 공약에만 그칠 수도 있습니다.) 소득세 인상으로 인한 고소득자들의 탈세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미국과 같이 발전되고 투명한 가상 자산 금융 인프라(예, 거래소)가 있는 나라에서 개인의 탈세 수요가 증세로 인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법인세 인상과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세 증세의 조합일 것이다.

트럼프가 35%에서 21%로 깎아 놓은 법인세를 다시 28%로 올리는 것은 그다지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두 조합이 주식 시장에 주는 임팩트는 상당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주식 시장의 역대급 호황을 이끈 요인 중에는 바이백이 있는데, 이를 쉽게 설명하면 기업이 남는 유보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서 자기네들의 주식 가치를 부양하는 행위이다. 트럼프의 감세 이후 자사주 매입의 규모는 약 2배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바이백이 주주들의 이익에 명확하게 부합했기 때문이다.

우선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잉여 현금이 늘어났다. 장기로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들의 경우 법인의 잉여 현금을 배당받으면 37%의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바이백을 통해서 값이 오른 주식을 양도했을 때는 증분의 23.8%만 내도 됐다. 더구나 금융시장은 이성적인 투기꾼들을 항상 끌어들여서 가격 상승/하락의 파고는 더욱 극대화된다.

즉, 지난 몇 년간의 주식 시장에는 바이백 물량과 그 전체 물량의 수십 배가 레버리지 된 매수세가 존재했다. 그런데 바이든의 증세안은 바이백의 매력도를 떨어트린다. 첫 번째로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잉여 현금을 감소시키고, 대주주들의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세는 23.8%에서 39.6%로 거의 2배에 가깝게 증세된다. 이는 주식 가격을 부양하던 주요 동인 중 하나가 갑자기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뜻하며, 레버리지 된 투기수요까지 감안하면, 지난 몇 년간의 상승장을 롤백 시키려는 하방 압력이 생겨버린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엄청난 양의 돈은 피신처를 찾아서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 갔고, 현금흐름이 건전한 미국 S&P 500 회사들의 주식은 지난 몇 년간 사실상 ‘모험적 안전자산 (Risk-on safe haven asset)’ 역할을 했다. Risk-on/모험적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유동성장세에 리스크 테이커들이 주도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경제환경과는 너무 다르고, 돈이 갈 데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주식이 새로운 안전자산 군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바이든이 조세 정책이 통과하여 태세가 하락으로 전환되는 순간 비트코인은 보다 매력적인 돈의 도피처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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